로마서 한눈에, 16장 흐름 지도
임솔성
"이번에 로마서를 연속강해로 펴 보자." 마음먹고 1장부터 한 장씩 끊어 나가다 보면, 5장쯤에서 슬슬 길을 잃어요. 칭의를 말하다가 아담이 나오고, 7장에선 "나"가 누구인지 헷갈리고, 9장에선 갑자기 이스라엘 이야기로 넘어가거든요. 장 단위로 보면 로마서는 자꾸 끊기는데, 사실 로마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한 편의 긴 논증이에요. 그 동선을 먼저 지도로 펼쳐 두면, 어디서 한 주를 끊고 다음 주로 이을지가 보여요.
로마서는 한 편의 긴 논증이에요
로마서를 펼 때 가장 먼저 잡아야 할 건 장 번호가 아니라 한 줄기 논증이에요. 바울은 1장 16~17절에서 "하나님의 의"라는 주제를 걸어 두고, 그 한 단어를 16장 내내 펼쳐 가요.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가 책 전체의 출발점인 셈이죠.
그 뒤로는 질문이 꼬리를 물어요. 사람은 왜 그 의가 필요한가(죄), 그 의를 어떻게 받는가(칭의), 받은 사람은 어떻게 사는가(성화), 그렇다면 약속의 백성 이스라엘은 어떻게 되는가(9~11장),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사는가(실천). 죄에서 시작해 실천으로 닫히는 이 다섯 마디가 로마서의 큰 동선이에요.
흥미롭게도 이 큰 골격은 교단을 가리지 않아요. 가톨릭 주석성경도 로마서를 교리편(1~11장)과 권고편(12~16장)으로 나누고 죄·의화·성화의 순서로 읽고, 개신교 표준 개요도 같은 마디로 끊어요. 세부 해석은 갈려도 숲의 모양에는 이견이 적은 편이라, 연속강해의 뼈대로 삼기에 안전해요.
다섯 마디로 묶으면 길이 보여요
장별로 16칸을 보지 말고, 논증이 꺾이는 자리에서 일곱 덩이로 묶어 보세요. 표준 개요들이 대체로 합의하는 경계는 이래요:
- 1장 1~17절 — 서론과 주제: 인사·로마 방문 계획에 이어 1장 16~17절에 "하나님의 의"라는 주제를 박아 둬요.
- 1장 18절~3장 20절 — 죄: 이방인도 유대인도 다 죄 아래 있다는 진단. 복음의 필요를 세우는 자리예요.
- 3장 21절~5장 21절 — 칭의: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는다는 핵심. 아브라함(4장)이 그 본보기예요.
- 6~8장 — 성화: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이 죄의 권세에서 풀려 성령 안에서 사는 삶.
- 9~11장 — 이스라엘: 그렇다면 하나님의 약속은 신실한가. 이스라엘을 두고 하나님의 의를 변호해요.
- 12장 1절~15장 13절 — 실천: 산 제물·사랑·약한 자와 강한 자까지, 교리를 삶으로 옮기는 권면.
- 15장 14절~16장 27절 — 문안과 송영: 여행 계획과 긴 문안 인사로 닫아요.
이 일곱 덩이가 연속강해의 큰 묶음이에요. 한 학기에 다 못 펴면 1~8장(복음의 기초)을 한 시즌으로, 9~16장을 다음 시즌으로 갈라도 흐름이 끊기지 않아요.
'그러므로'가 끊을 자리를 알려줘요
큰 묶음 안에서 한 주씩 어디서 끊을지 막힐 때, 로마서가 친절하게 마디를 표시해 둔 곳이 있어요. 바로 "그러므로"예요. 바울은 한 논증을 매듭짓고 다음으로 넘어갈 때 이 접속사로 마디를 지어요.
- 5장 1절 "그러므로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롬 5:1) — 칭의의 결론을 짓고 그 열매(평화·소망)로 넘어가는 자리예요.
- 8장 1절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 8:1) — 죄와 씨름하던 7장을 딛고 성령 안의 삶으로 올라서는 선언이에요.
- 12장 1절 "그러므로 형제들아 (…) 너희 몸을 (…)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라"(롬 12:1) — 1~11장 교리 전체를 받아 삶의 적용으로 방향을 트는 큰 전환점이에요.
장 번호로 끊으면 한 논증이 토막 나기 쉬운데, 이 "그러므로" 마디로 끊으면 한 덩어리씩 온전히 살아요. 물론 이게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는 아니에요. 다만 어디서 한 주를 마무리할지 고민될 때, "그러므로"가 박힌 곳을 먼저 후보로 두면 설교가 논증의 결을 따라가요. 본문을 어떤 단위로 떼어 한 편을 지을지는 청중이 따라오는 설교의 구조에서 더 다뤘어요.
해석이 갈리는 자리는 미리 알아둬요
연속강해로 로마서를 펴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전통마다 읽기가 갈리는 길목이 있어요. 미리 알아 두면 그 주에 당황하지 않아요.
대표적인 곳이 둘이에요. **7장의 "나"**는 누구인가 — 중생하기 전의 사람인지, 신자가 겪는 현재의 갈등인지, 바울의 수사적 화자인지를 두고 주석이 갈려요. 9~11장의 선택과 예정도 칼뱅주의와 아르미니우스주의가 대표적으로 다르게 읽는 본문이고요. 이런 자리에서는 한쪽 해석을 '정답'처럼 단정하기보다, 여러 주석이 같은 본문을 어떻게 다르게 비추는지 그 두께를 먼저 쌓아 두는 편이 강단에서 안전해요. 한 구절을 여러 주석으로 입체적으로 보는 모습은 한 구절을 주석 여러 종으로 보면에 풀어 뒀어요.
큰 흐름을 먼저, 그다음 한 단락씩
로마서는 한 단락씩만 보면 길을 잃지만, 큰 동선을 먼저 펴 두면 매주 한 단락이 제자리를 찾아요. 본문만 정하시면, 로마서 같은 긴 논증도 검증된 주석과 원어로 마디마디 함께 여는 게 설교 스페이스가 하는 일이에요. 어떤 본문부터 펼지 고르는 단계가 막힌다면 무엇을 설교할지부터 막힐 때가 먼저 도움이 될 거예요.
이 글은 공개된 로마서 개론·주석 개요와 성경 본문(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을 토대로 정리했어요.
참고한 자료
- 로마서 입문(교리편 1~11장·권고편 12~16장, 죄·의화·성화 순서)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주석성경, 로마서 입문
- 로마서 표준 개요(죄·칭의·성화·이스라엘·적용 단락 경계) — Bible.org, Romans: Introduction, Argument, and Outline
- 주제절 '하나님의 의(δικαιοσύνη θεοῦ, 롬 1:17)'의 의미 논의 — 장로회신학대학교 「장신논단」 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