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이 따라오는 설교의 구조
임솔성
재미있고 은혜로웠는데, 끝나고 나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설교가 있어요. 설교학자 신성욱 교수가 꼽은 '퇴짜 맞을 설교'의 첫 번째 유형입니다. 대개 전달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예요.
잘 들리는 설교는 하나의 생각으로 꿰인다
해돈 로빈슨은 설교를 이렇게 비유했어요. "설교는 산탄총이 아니라 총알이어야 한다." 한 본문에서 끌어낸 하나의 중심 생각이 설교 전체를 꿰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로빈슨은 이걸 '빅 아이디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했습니다. 대등한 포인트만 줄줄이 나열하면, 한 편의 설교가 아니라 서너 개의 짧은 설교가 되고 말아요.
그래서 첫 질문이 바뀌어요. '대지를 몇 개로 나눌까'가 아니라 '내 설교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 무엇인가'로요. 토머스 롱은 준비할 때 두 문장을 먼저 정하라고 했어요. 설교가 말하려는 것(Focus)과, 설교가 청중의 삶에서 하려는 것(Function). 이 두 문장이 정해지면 서론부터 결론까지 한 줄로 꿰입니다.
청중은 글이 아니라 시간을 듣는다
유진 라우리는 "설교는 공간이 아니라 시간 속 사건"이라고 했어요. 책은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수 있지만, 설교는 한 번 지나가면 끝이에요. 그래서 글로 읽는 구조와 귀로 듣는 구조는 다릅니다.
우리가 한국 강단 설교 16편을 문장 단위로 분석해 봤더니, 한 문장의 길이가 중앙값 26자였어요. 쉼표는 문장당 0.15개, 거의 안 씁니다. 강단은 짧은 말로 가더라고요. 긴 만연체는 눈으로 읽을 땐 멋있어도 귀로는 길을 잃게 해요.
흐름을 짜는 길도 하나가 아니에요. 결론을 먼저 선언하고 풀어 가는 연역도 있고, 프레드 크래독처럼 결론을 끝에 두고 청중이 설교자와 함께 발견하게 하는 귀납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핵심은 긴장을 만들고 풀어 주며 청중을 끌고 가는 거예요.
서론과 결론은 정해진 일을 한다
서론이 할 일은 분명해요. 청중의 필요와 긴장을 여는 거예요. 브라이언 채플은 이걸 '타락한 상황의 초점'이라고 불렀어요. 본문이 건드리는, 청중이 지금 겪고 있는 공통의 필요 말이에요. 그 필요가 열려야 청중이 본문을 자기 이야기로 듣기 시작해요.
여기서 우리 실측 하나가 의외였어요. 16편 가운데 서론을 시적인 미문으로 연 설교가 한 편도 없었습니다. 잘 들리는 서론은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라 구체적인 장면, 질문, 통계, 일화로 열렸어요. 화려한 문장으로 출발하는 대신, 앞서 말한 또렷한 한 생각으로 곧장 청중을 붙드는 거죠.
결론이 할 일도 정해져 있어요. 하나의 생각을 다시 박고, 청중을 응답으로 부르는 거예요. 신성욱 교수가 꼽은 실패한 설교의 두 번째 유형이 "뒤로 갈수록 밀도가 떨어지다 흐지부지 끝나는 설교"였어요. 서론에서 결론까지 한 생각으로 일관될 때, 청중에게 남는 게 생깁니다.
대지는 본문에서 나오고 적용은 손에 잡힌다
대지는 설교자의 머리에서 짜내는 게 아니라 본문의 실제 단어에서 나와야 해요. 그리고 단순 나열보다, 개인에서 공동체로 또는 문제에서 해답으로 점점 깊어지게 배열하면 흐름이 살아요.
3대지가 정답은 아니에요. 정장복 교수는 "설교의 전개형태는 매우 다양하다"고 했어요. 3대지는 1322년부터 내려온 하나의 전통일 뿐이고, 주제·내러티브·대화 등 길은 여럿이에요. 오히려 조심할 건 억지 3등분이에요. 신성욱 교수는 마태복음 7장 7절을 예로 들어요.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마 7:7,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이건 세 가지 다른 기도법이 아니라 같은 뜻을 세 번 강조한 평행이에요. 본문에 없는 세 갈래를 만들어 내면 설교가 본문에서 멀어져요.
적용은 손에 잡혀야 해요. '사랑합시다' 같은 권면 대신, 언제 어디서 무엇을 바꿀지 짚어 주는 거예요. 폴 스콧 윌슨은 설교가 문제만 두드리면 도덕주의가 되고, 문제 없이 은혜만 말하면 값싼 은혜가 된다고 했어요. 문제에서 은혜로 데려가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건 본문 장르를 탑니다. 이야기 본문이면 절을 잘게 쪼개지 말고 장면으로 묶고, 주제 본문이면 핵심어를 축으로 대지를 세우는 식으로요.
형식보다 한 생각이 닿는 게 먼저다
결국 구조는 정보를 전하려는 게 아니라 청중을 변화로 데려가려는 거예요. 3대지든 귀납이든 내러티브든, 형식은 본문 장르가 고르게 두세요. 끝까지 지킬 건 하나예요. 한 생각을, 들리게, 청중에게 닿게.
참고한 글·책
- 해돈 로빈슨, 『Biblical Preaching』 — Gordon-Conwell 설교센터 소개
- 브라이언 채플, 『Christ-Centered Preaching』 — 9Marks 서평
- 유진 라우리, 설교의 플롯(Lowry Loop) — Concordia Theology 해설
- 정장복, "3대지 설교가 전부인가요?" — 아이굿뉴스
- 신성욱, "퇴짜 맞을 설교 원고의 4가지 이유" —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