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관계도 미루는 청년부, 창세기 2장 설교
설교 스페이스
한국·중국·일본·미국·스페인 5개국 청년 8,242명에게 물었더니, 한국의 18~39세 미혼 청년 중 55.4%가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어요.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고, 한국 여성 청년은 60.8%로 5개국 남녀를 통틀어 1위였고요. 이번 주 청년부 예배에 앉아 있는 얼굴들의 절반쯤이 여기 들어간다는 뜻이에요.
표면 아래를 보면
이 숫자를 '요즘 청년은 사랑을 모른다'로 읽으면 만날 수 있는 게 없어요. 조사가 보여 주는 건 취향이 아니라 여력이거든요. 관계를 맺는 데 드는 시간과 돈과 감정의 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안 된다는 신호에 가까워요. 실패할 바에는 시작하지 않겠다는 자기 방어, 관계보다 나를 지키는 편이 안전하다는 계산이 그 밑에 깔려 있고요.
그래서 이건 연애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사람과 깊이 엮이는 일 자체를 유예하는 정서라, 사역 현장에서는 다른 얼굴로 먼저 나타나요. 소그룹에서 자기 이야기를 끝내 꺼내지 않는 것, 리더 제안에 '조금만 더 생각해 볼게요'로 답하는 것, 수련회 방 배정 앞에서 말수가 줄어드는 것이 다 같은 계산의 다른 표정이에요.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설교로 푼다면
방향 하나. 그 허전함은 고장 난 게 아니에요
여호와 하나님이 이르시되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 하시니라
창세기 2:18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모든 것을 '좋았더라'로 보시던 창조 가운데, 유일하게 '좋지 아니하다'가 붙은 자리가 사람의 혼자 있음이었어요. 지금 청년이 관계를 미루는 건 사랑이 싫어서가 아니라 여력이 없어서인데, 본문은 그 허전함을 개인의 결함이 아니라 사람이 원래 그렇게 지어졌다는 증거로 되돌려 줘요. '너는 왜 혼자냐'가 아니라 '그 허전함이 정상이다'로 들어가는 각이에요.
⚠️ 함정. 연애와 결혼을 신앙의 과제처럼 몰아 미혼·비혼 성도를 정죄하지 않게 해요. 본문의 초점은 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관계 속에 지어졌다는 사실이에요.
방향 둘. 성경이 더 냉정하게 계산해요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음은 그들이 수고함으로 좋은 상을 얻을 것임이라 혹시 그들이 넘어지면 하나가 그 동무를 붙들어 일으키려니와 홀로 있어 넘어지고 붙들어 일으킬 자가 없는 자에게는 화가 있으리라 또 두 사람이 함께 누우면 따뜻하거니와 한 사람이면 어찌 따뜻하랴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9-12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은 이유를 본문은 낭만이 아니라 실용으로 설명해요. 넘어지면 일으켜 주고, 추우면 서로 덥게 하고, 혼자면 당할 일도 둘이면 맞선다고요. 관계를 손익으로 재는 세대 앞에서 성경이 오히려 더 냉정한 셈법을 꺼내는 셈이에요. 비용을 부인하지 않고 계산에서 빠져 있던 항목을 채워 넣는 방식이라, 계산에 익숙한 청년에게 오히려 잘 들려요.
⚠️ 함정. '외로우면 교회로 오라'며 공동체를 외로움 해결 상품처럼 팔지 않게 해요. 교회도 관계의 비용을 치르는 자리예요.
방향 셋. 값은 이미 치러졌어요
내 계명은 곧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하는 이것이니라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보다 더 큰 사랑이 없나니
요한복음 15:12-13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비용이 두려워 시작하지 못하는 시대에, 주님은 비용을 먼저 다 치르고 우리를 친구라 부르셨어요. 사랑을 배우는 순서가 내가 사랑할 힘을 기르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본문의 핵심이에요. 먼저 사랑받은 자리에서 시작한다는 순서를 잡아 주면, 청년에게 사랑은 능력 시험이 아니라 응답이 돼요.
⚠️ 함정. 목숨을 버리는 사랑을 '그러니 더 헌신하라'는 요구로 바꾸지 않게 해요. 먼저 치르신 분이 계시다는 것이 이 본문의 무게예요.
이번 주 강단이 할 일은 연애를 권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요. 미뤄 둔 관계 앞에서 망설이는 그 마음에 이름을 붙여 주는 일에 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