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위기와 '텍스트힙' 사이, 깊이 읽기를 설교로 푼다면
설교 스페이스
학생 문해력이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려요. 정부는 독서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섰죠. 그런데 같은 시기에 밀리의서재 10주년, 민음사의 성공처럼 '글 읽기가 멋지다'는 텍스트힙 유행도 함께 번지고 있어요. 못 읽는다는 걱정과 읽고 싶다는 유행이 한 화면에 나란히 있는 셈이에요.
표면 아래를 보면
두 소식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뿌리가 같아 보여요. 둘 다 '긴 것을 견디는 힘'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짧은 영상에 길든 마음은 문장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는 일이 유독 버거워요. 문해력 위기는 그 힘이 빠졌다는 진단이고, 텍스트힙은 그 힘을 다시 갖고 싶다는 욕구예요. 그래서 텍스트힙을 허영으로만 읽으면 절반을 놓쳐요. 종이책을 들고 사진을 찍는 손에도 '나도 깊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다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도 뚜렷해요. 읽기는 멋져 보이는데, 읽는 시간은 멋져 보이지 않거든요. 사진에 담기는 건 다 읽은 책이지, 30쪽에서 막혀 있는 30분이 아니에요. 그러니 이 세대의 진짜 질문은 '무엇을 읽을까'보다 '어떻게 머물까'에 가까워요. 강단이 붙잡을 자리도 바로 거기예요.
그래서, 설교로 푼다면
방향 하나. 즐거워야 머물러요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2-3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순서를 보면 '즐거워하여'가 먼저고 '주야로 묵상'이 뒤예요. 오래 머무는 힘은 의지가 아니라 즐거움에서 나온다는 뜻이죠. 이어지는 그림도 그래요. 시냇가에 심긴 나무는 옮겨 다니지 않아요. 게다가 열매는 '철을 따라' 맺혀요. 오늘 읽고 오늘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에게 이 본문은 다른 시간표를 건네요.
⚠️ 함정. '요즘 애들은 못 읽는다'는 훈계로 시작하지 않게 해요. 세대를 탓하는 순간 본문보다 설교자의 불평이 먼저 들려요.
방향 둘. 낭독 다음에 해석이 있었어요
하나님의 율법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니
느헤미야 8:8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여기서 읽기는 낭독으로 끝나지 않아요. 뜻을 풀고, 백성이 깨닫는 데까지가 한 묶음이에요. 문해력을 개인의 능력 문제로만 보면 답이 '더 노력해라'밖에 안 남아요. 이 장면은 다르게 말해요. 곁에서 풀어 주는 사람이 있을 때 읽기가 완성된다고요. 강단과 소그룹이 원래 그 자리예요.
⚠️ 함정. 성경 읽기를 진도와 인증으로 바꾸지 않게 해요. 몇 장을 읽었는지보다 무엇을 깨달았는지가 이 본문의 관심이에요.
방향 셋. 읽은 다음에 남는 것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디모데후서 3:16-17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이 본문이 말하는 읽기의 목적지는 지식이 아니라 '행할 능력'이에요. 다 읽었다는 성취가 아니라 살아 낼 힘이 남는 읽기죠. 텍스트힙의 피상성을 지적하고 싶다면 이 기준을 우리 쪽에 먼저 대 보는 게 정직해요.
⚠️ 함정. 성경 읽기가 보여주기로 끝나지 않게 해요. 남의 독서를 얕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읽기가 삶으로 이어지는지 묻는 순서가 먼저예요.
유행은 지나가도 질문은 남아요. 깊이 읽고 싶다는 마음이 이렇게 넓게 퍼진 시기는 오랜만이에요. 그 마음이 어디에서 머물 수 있는지, 강단이 먼저 보여 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