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색깔' 유행, 정체성을 설교로 푼다면
설교 스페이스
생일 날짜에 맞는 고유한 색깔과 색상 코드를 알려주는 사이트가 X에서 유행하고 있어요. 자기를 대표하는 색을 찾아 프로필이나 캐릭터를 꾸미고,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 색을 찾아보기도 하고요. '나를 규정하는 한 가지'를 놀이처럼 소비하는 흐름이에요.
표면 아래를 보면
이 유행이 반가운 이유는 형식에 있어요. 생일은 이미 정해져 있어서 고를 필요가 없고, 색상 코드는 짧아서 프로필 한 줄에 들어가고, 친구와 바로 주고받을 수 있죠. 자기를 설명해야 하는 자리는 계속 늘어나는데 설명할 언어는 마땅치 않은 세대에게, 이건 가장 값싸고 빠른 자기소개 카드예요.
그래서 이건 사실 색 이야기가 아니라 확정 이야기예요. 아이들이 원하는 건 예쁜 색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한 문장에 가깝거든요. 오늘 친구의 반응에 따라, 성적에 따라, 팔로워 수에 따라 나에 대한 평가가 매번 갱신되는 자리에 있으니까요. 그러니 놀이는 가벼워도 그 아래 갈증은 가볍지 않아요. 다만 이 방식엔 한계가 있어요. 날짜가 정해 준 색은 나를 알아본 것이 아니라 나에게 배정된 것뿐이니까요.
그래서, 설교로 푼다면
방향 하나. 누가 지으셨나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 내가 주께 감사하옴은 나를 지으심이 심히 기묘하심이라 주께서 하시는 일이 기이함을 내 영혼이 잘 아나이다
시편 139:13-14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시인은 자기를 설명하지 않고 자기를 지으신 분을 이야기해요. 기묘하다는 감탄의 대상도 내 성격이나 재능이 아니라 지으신 그분의 솜씨죠. 날짜가 배정해 준 색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여기예요. 여기엔 만든 이가 있고, 만든 이는 자기가 만든 것을 알아보니까요.
⚠️ 함정. 점술이나 운세와 뭉뚱그려 놀이 자체를 정죄하지 않게 해요. 가벼운 재미와 점(占)은 구분해서 다뤄야 아이들이 방어하지 않고 들어요.
방향 둘. 이름을 불러 주신 분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이사야 43:1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여기엔 분류가 아니라 호명이 있어요. 같은 날 태어난 수천 명에게 똑같이 배정되는 값과 달리, 이름을 지명해 부르는 목소리는 나 한 사람을 향하죠. '너는 내 것이라'는 선언이 정체성의 근거를 내 안에서 관계로 옮겨 놓는 셈이에요.
⚠️ 함정. '세상 건 다 헛되고 성경만'이라는 이분법으로 몰아세우지 않게 해요. 놀이를 빼앗는 대신 그 위에 더 깊은 이야기를 얹어 줄 때 아이들이 따라와요.
방향 셋. 무엇을 위해 지어졌나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에베소서 2:10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정체성이 나를 설명하는 한 줄에서 멈추지 않고 살아갈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목이에요. 색은 프로필에 붙여 두고 끝나지만, 지으심을 받은 자에게는 걸어갈 길이 함께 주어지니까요. 게다가 그 일은 이미 예비되어 있다고 말해요.
⚠️ 함정. 지으심의 목적을 또 하나의 성취 목록으로 바꾸지 않게 해요. 본문은 우리가 만들어 낼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미리 예비하신 일을 말하고 있어요.
색깔 놀이는 몇 주 뒤면 다른 유행에 자리를 내줄 거예요. 그래도 나를 한 문장으로 확정해 줄 무언가를 찾는 마음은 남아 있죠. 강단은 배정된 값 대신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