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라는 말이 버거운 청년부, 히브리서 12장 설교

설교 스페이스

뉴질랜드의 42세 울트라마라토너 소피 우즈가 알프스 8개국을 가로지르는 1996km 코스 '비아 알피나'를 29일 만에 완주해 세계 기록을 세웠어요. 섭씨 38도가 넘는 더위 속을 달렸고, 기록을 줄이려고 후반에는 하루 수면을 2시간 30분 이하로 줄였고요. 오르내린 누적 고도는 에베레스트를 열두 번 오른 높이인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그가 자신에게 건넨 말은 '딱 한 걸음만 더 가보자' 하나였다고 해요.

표면 아래를 보면

이 이야기가 지금 청년에게 닿는 지점은 기록이 아니라 단위예요. 1996km는 상상조차 안 되지만 한 걸음은 지금 뗄 수 있으니까요. 요즘 청년이 지쳐 있는 건 게을러서가 아니라 남은 거리가 너무 잘 보여서예요. 취업 준비도 학자금도 몇 년째 같은 자리처럼 느껴지고, 목표까지의 거리가 앱 화면에 숫자로 계속 떠 있는 세대잖아요.

그래서 '끝까지 가라'는 말이 위로가 아니라 압박으로 도착해요. 첫 주가 가장 힘들었다는 그의 회상이 중요한 건 그래서예요. 초반의 통증은 내가 틀렸다는 신호가 아니라 몸이 적응하는 중이라는 신호인데, 그 구분을 못 하면 사람은 스스로를 실패로 판정하고 멈추거든요. 지친 청년에게 필요한 건 더 센 결심이 아니라 시선을 옮겨 줄 한 문장이에요.

그래서, 설교로 푼다면

방향 하나. 인내는 힘이 아니라 시선에서 나와요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너희가 피곤하여 낙심하지 않기 위하여 죄인들이 이같이 자기에게 거역한 일을 참으신 이를 생각하라

히브리서 12:1-3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본문은 경주를 '벗어 버리고 바라보며 달리는 일'로 그려요. 무엇을 내려놓을지와 무엇을 볼지가 먼저고, 얼마나 이를 악무는지는 나오지 않아요. 짐을 최소화하고 다음 한 걸음만 보았다는 완주자의 방식과 겹쳐 두면, 인내의 비결이 힘이 아니라 시선에 있다는 지점에서 정확히 만나요.

⚠️ 함정. '근성만 있으면 된다'는 의지력 예찬으로 끝나지 않게 해요. 은혜와 성령의 도우심이 빠지면 이 본문은 자기계발 강연이 돼요.

방향 둘. 첫 주의 통증은 실패 신호가 아니에요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이 짧은 문장은 결과가 아직 보이지 않는 구간을 지나는 사람의 말이에요. 지금 아프고 지금 아무 열매가 없다는 사실이 방향이 틀렸다는 증거가 아니라고 말해 주거든요. 29일 중 가장 힘들었던 때가 첫 주였다는 회상과 나란히 읽으면, 초반의 통증을 실패로 읽어 온 청년에게 다른 해석을 건넬 수 있어요.

⚠️ 함정. 지금 한 걸음도 뗄 힘이 없는 사람에게 채찍이 되지 않게 해요. 견딜 힘조차 주시는 분이 계신 것이 복음이에요.

방향 셋. 남은 거리를 세지 않는 법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빌립보서 3:12-14 · 개역개정 ⓒ 대한성서공회

바울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라고 먼저 인정한 뒤에 달려가요. 완성되지 않은 상태를 숨기지 않고, 지나온 거리도 세지 않는 태도예요. 남은 거리에 압도되는 청년에게 필요한 건 더 큰 목표가 아니라 이 순서일 때가 많아요.

⚠️ 함정. '뒤에 있는 것을 잊으라'가 상처와 실패를 없던 일로 하라는 말로 들리지 않게 해요. 잊는 자리는 억지로 지우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잡힌 바 된 사실 위에 서는 자리예요.

한 걸음만 더 가보자는 말은 강할 때가 아니라 그만두고 싶을 때 필요한 문장이에요. 이번 주 강단은 그 한 걸음을 요구하는 자리 대신, 누가 그 걸음을 붙들고 계신지 알려 주는 자리가 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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